Marni에서 GU로, Margiela에서 Zara로: 2026년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대중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오랫동안 정상급 패션 디자이너의 경력은 한 방향으로 흘렀다. 럭셔리 하우스에서 명성을 쌓은 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더 큰 전통 브랜드로 올라가는 식이었다. 9.90달러짜리 티셔츠를 파는 업체로 가기 위해 Givenchy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체인 매장의 옷을 디자인하려고 Maison Margiela를 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7월

오랫동안 정상급 패션 디자이너의 경력은 한 방향으로 흘렀다. 럭셔리 하우스에서 명성을 쌓은 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더 큰 전통 브랜드로 올라가는 식이었다. 9.90달러짜리 티셔츠를 파는 업체로 가기 위해 Givenchy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체인 매장의 옷을 디자인하려고 Maison Margiela를 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7월 24일, Marni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Francesco Risso가 GU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정규 컬렉션을 공개했다. 그는 거의 십 년 동안 예술에서 출발한 개성 강한 디자인으로 이탈리아 하우스를 열성 팬이 따르는 브랜드로 키웠다. 이제 무대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소유한 일본 브랜드다. 이곳에서는 청바지가 18달러, 인조 가죽 재킷이 69.90달러에 팔린다. ‘GU Minimal’부터 ‘GU Playful’까지 여섯 가지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로 구성한 컬렉션은 미국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일회성 협업이 아니다. 이것이 그의 직업이 됐다.
Risso만의 예외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는 지난 2년간 패션계에서 진행된 구조적 변화를 보여 주는 가장 최근의, 가장 눈에 띄는 사례다. Christian Dior와 Maison Margiela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ohn Galliano는 2026년 3월 Zara와 2년간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첫 컬렉션은 9월에 나올 예정이다. Givenchy 최초의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Meghan Markle의 웨딩드레스를 만든 Clare Waight Keller는 현재 Uniqlo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메인 라인과 UNIQLO: C를 모두 맡고 있다. Zac Posen은 Gap Inc.의 프리미엄 디자인 부문인 GapStudio를 이끌며 128달러짜리 세일러 팬츠부터 Met Gala 드레스까지 디자인한다. Michelle Obama와 Lady Gaga의 옷을 만든 레드카펫 디자이너 Brandon Maxwell은 Walmart의 Free Assembly와 Scoop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다.
우연이 연달아 겹친 것도, 몇몇 디자이너가 명성을 돈으로 바꾸는 것만도 아니다. 창작의 결정권이 놓이는 자리가 바뀌고 있다. 그 이유를 보면 대중 유통업체의 야심만큼이나 지금 럭셔리 업계가 받는 압박도 드러난다.

럭셔리 업계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지속하기 어려운 속도로 교체돼 왔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주요 하우스 약 서른여섯 곳이 디자이너를 바꿨고, 일부는 여러 차례 교체했다. 럭셔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주어지는 요구는 거의 양립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화제가 될 런웨이를 만들고, 매출을 늘리고, 아카이브의 디자인 언어를 지키고, 주주의 기대에 응하면서 한 해에 여섯 개 이상 컬렉션을 내야 한다. 평균 재임 기간이 짧아져 자신의 스타일을 자리 잡게 하기도 전에 다음 재정비가 시작된다.
동시에 럭셔리의 성장 이야기에는 실속이 줄었다. 업계 분석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출 성장의 약 80%가 판매량 증가가 아니라 가격 인상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방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방이 비싸진 것이다. Dior의 노동 관행이 부정적인 뉴스가 되고 3,000달러짜리 가방에서 장인 정신보다 이익 계산이 먼저 느껴지면, 브랜드의 신비감에는 금이 간다. 디자이너는 경영진보다도 이 괴리를 크게 느낄지 모른다. 그들이 배운 것은 사람들이 입는 옷을 만드는 일이었지, 가격을 올려 이익률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었다.
Risso는 자신의 표현적인 접근 방식과 패스트리테일링의 효율 중심 문화가 만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아름다운 모순’이라고 불렀다. 또 Marni x Uniqlo 협업 의류가 ‘출시하자마자 전 세계 여러 도시의 거리에서 동시에’ 보였을 때의 조용한 만족감도 이야기했다. 아무리 명성이 높은 럭셔리 하우스라도 제공하기 어려운 도달 범위다.
이번 흐름과 2004년 H&M x Karl Lagerfeld 협업의 차이는 구조에 있다. 당시에는 줄과 화제를 만들기 위한 한정판 캡슐 컬렉션이었고, 물량이 팔리면 관계도 끝났다. 지금의 영입은 상시 직책이나 장기 계약이다. 디자이너가 유통업체의 공급망, 원단 개발, 피팅 과정, 상품 구성 전략 안에 들어가게 된다.
GU에서 Risso는 성별이나 품목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를 중심으로 전체 상품 구성을 바꿨다. 이 정도의 조직적 권한은 브랜드가 한 시즌 그의 이름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그의 구상에 맡긴다는 신호다. Uniqlo에서 Waight Keller는 브랜드의 섬유 기술자들과 직접 진행하는 소재 혁신에 관해 이야기했다. 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과정은 시즌별 패션 일정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는 XXS부터 3XL까지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피팅도 강조했다. 여전히 럭셔리 상품 개발을 지배하는 단일 체형 중심 접근과는 설계상의 과제가 크게 다르다.

유통업체가 얻는 것은 명성만이 아니라 일관된 디자인 방향이다. 입문 가격대에서도 비례가 더 정교해지고, 색감이 좋아지며, 디테일에 더 많은 고민이 담긴다. 이십여 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 중 하나로 평가된 Gap의 2026년 Q1 성과는 이 방식이 레드카펫 밖에서도 작동함을 시사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먼저 그곳에 도달했다는 사실일 수 있다. 럭셔리가 제안하고 대중 브랜드가 모방하며 소비자가 기다리던 수직 모델은 취향이 수평으로 퍼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Uniqlo 트렌치코트에 Dior 가방을 드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지금의 기본 조합이다. Depop에서 찾은 옷은 디자이너의 잘 재단된 옷과 나란히 놓인다. 취향은 이제 런웨이에서 아래로 내려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스타일링, 리세일 플랫폼, 소셜 미디어에서의 발견, 실용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옆으로 이동한다.

K자형 경제도 이런 패션 소비에 영향을 준다. 고소득 소비자는 여전히 돈을 쓰지만 럭셔리가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주는지에는 회의적으로 변했다. 접근 가능한 가격에 디자인이 좋은 옷을 제공하는 중고가 영역은 트렌드 예측가 Lucie Greene의 표현대로 ‘지금 가장 매력적인 지점’이 됐다. 대중 유통으로 옮기는 디자이너들은 취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취향을 구현하는 곳으로 따라가고 있다.
2026년 9월로 예정된 Galliano의 첫 Zara 컬렉션은 이 모델의 다음 주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상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인 Risso의 GU 영입과 달리, Galliano의 파트너십은 2년으로 기간이 정해져 있다. Zara의 아카이브 의류를 다시 해석하고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중심이며, 일반적인 시즌 신제품보다는 Margiela에서 했던 해체 작업에 가깝다. 이것이 Zara의 규모와 가격 구조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이 모델의 어떤 형태가 유효한지 업계에 많은 것을 알려 줄 것이다.
더 큰 질문은 다른 선택지가 더 넓은 관객, 더 적은 조직적 압박, 실제 세상에서 입히는 옷을 만들 기회를 제공할 때 럭셔리가 창작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패션 시대가 누가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는지로 정의됐다면, 지금의 시대는 그 문을 활짝 여는 디자이너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